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 항상 다니는 길에 있는 H카페의 전 집이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는다. 그 집은 매우 오래되어 보였다. 그 집 주변은 계속 새 건물로 바뀌는데 그 곳만 유일하게 낡은 한옥 집으로 오랫동안 남아 있었다. 나는 그 자리의 과거를 찾아 돌아다녔다.
 그 집에는 노부부와 백구가 살았다. 그리고 작은 텃밭이 있어서 할아버지는 농사도 지으시고 할머니는 백구와 함께 항상 밖에 나와 계셨다. 그러다가 어느 날부터 그들이 보이지 않았다. 집은 점점 폐허처럼 더 낡아 졌다. 그리고 한참이 지나고 새로운 H카페가 들어섰다. 그곳에서는 예전과 다른 분위기가 느껴진다. 젊은이들이 넘쳐난다. 그들의 텃밭도 사라졌다. 하지만 나는 현재 그곳이 예전의 집보다 어색하다. 이 곳도 언젠가는 사라질까.

  나는 여기 살던 노부부가 떠났을 때 그리고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잠시 허무함을 느꼈다. 그들이 살았던 삶 모두가 이 집과 무너져 없어진 거 같았다. 하지만 남겨진 흔적을 보는 순간 허무함과는 다른 느낌을 가졌다. 그들은 더 이상 이곳에 살지는 않지만 그들이 남긴 흔적들이 그들을 대신하는 것 같았다.
  
 흔적은 과거의 시간으로부터 나와 있으며 그것이 자리한 현재와 만나면서도 현재의 시간으로 들어오지 않는다. 흔적은 과거의 시간을 지나 현재와 평행하면서 결코 현재와 만나지 않는 시간이다. 나는 그들의 흔적은 더 이상 과거도 현재도 아닌 그들의 고유한 시간성을 지니게 됨을 알게 되었다.

 그리고 흔적들이 놓여있는 환경의 불안함 또한 느꼈다. 지금의 환경마저도 언제까지 또 얼마나 지속될지 모른다. 하지만 이 카페가 없어진다 해도 남겨진 흔적은 노부부의 흔적과 함께 이 카페의 흔적까지 계속 남겨 질 것만 같았다. 그리고 그 흔적이 그 어느 현재보다 더 현재인 모습임을 느꼈다.

​흔적의 시간

작가노트 중에서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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